2019 TAIWAN

무일푼, 갑자기 대만으로 떠나다 [0] PROLOGUE

2022. 3. 24. 01:23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게 되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어라, 나...
'디지털 노마드' 였잖아?

왜 몰랐지?

 

일주일 후, 저는

10kg이 안 되는 백팩 하나에

전재산 40만원을 환전해 들고

타이완 화롄(花蓮)을 향하는

최저가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2019년 12월 19일 아침 비행기였죠.

 

대만 가던 날

 

제 이야기는 시시할 지도 모르지만

슬슬 서론을 시작해보죠.


디지털 노마드(?)가 된 지 반 년이 넘도록,

저는 자신이 디지털 노마드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우울하게 보내는

평범한 방구석 백수나 다름없었죠.

 

대만 화련 지방의 세계적 절경, 타이루거 협곡

 

온라인에 글 한 페이지 써서 창업하고

생계 유지 이상은 충분히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하루하루 우울하게 지내며,

당시 유행하던 빠니보틀 같은

여행 유튜브를 보는 게 낙이었습니다.

 

어쩌면 저의 지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불행한 삶은 오직,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다.

 

라는 깨달음도 이 때의 경험에서 나온 거예요.

 

그 이전의 인생이 잘 풀리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치 '학습된 무기력'현상처럼,

스스로의 현실 인식이 틀에 갇힌 거였어요.

 

이미 글 하나 써서 창업을 끝내고

생계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우울함에 빠져 지친 마음이 습관이 되어

잘 굴러가던 사업은 내팽개친 채로

여행 유튜버들을 동경하고 있었던 겁니다.

 

세계 어디든 인터넷만 되면
놀면서도 월 2, 3백 버는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여행 유튜버들의
완벽한 상위호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유튜버들의 가치가 낮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제가 얼빵했다는 의미입니다(?)

 

오직 무기력한 '기분'에 사로잡힌 탓에

반년이 넘도록 눈 앞에 뻔히 보이던 진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언제나 그렇듯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찾아왔죠.

 

 

어라? 나...
'디지털 노마드' 였잖아?

 

대만은 매일 비가 옵니다. 한 겨울에도.

 

몇 년이나 멈춰 있던 기계에 전원이 들어오듯

갑자기 머릿속이 뜨끈뜨끈, 온 몸이 활력으로 넘칩니다.

몇 분 전까지 무기력하던 가슴이 미친듯이 뜁니다.

 

어디든 좋았어요. 무조건 가격만 싸면 됐습니다.

몇 달 동안 푹 빠져 있던 무기력증으로 인해

모아놓은 돈은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거든요.

 

잔고가 오십만원밖에 안 되는 체크카드로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가장 싼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화롄(花蓮)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타이완, 화롄, 최저가.

 

어떤 곳인지는

도착해서 고민하면 된다.

 

엄청나게 무작정이었죠?이 정도로 무작정 떠나는 사람흔하지 않을 거예요!

 

한국에서, 방 구석에서,

우울과 싸우며 하던 그대로

노트북 하나로 생활비를 벌며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자.

 

타이완의 에메랄드 오션

 

무슨 준비를 어떤 식으로 했었는지도

워낙 정신이 없어 기억이 흐릿하네요.

 

아무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2월 18일 밤,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공항에 일찍 도착합니다.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탈 돈은

당시의 저에게는 없었거든요.

 

가진 것이라고는 위탁수화물도 없이

등에 맨 10kg의 백팩 하나,

(하지만 그 안에 제 모든 사무실과 여행 짐,

심지어 기타까지 한 대 들어있었답니다.

기회가 닿으면 소개해보죠. 재미있어요.)

 

그리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환전한

한국 돈 약 40만원 가량의 타이완 달러.

 

그렇게 끝없는 세계여행을 목표로 했던 저의

대만에서의 장대한 두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던 대만 중소도시,

화롄에서부터 말이죠.

 

저의 간지템 1호, 포터블 스틱 기타.

 

이런 기타를 장만해 준비할 정도로

진지했었다고요, 세계여행.


 

결말을 스포일러해두는 편이 좋겠군요.

 

어디까지 스포일러할까요?

전재산 약 40만원 중에서 30만원 가량은

첫 숙소에 묵은 일주일 내에 도둑맞았습니다.

 

 

-_-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이 기적입니다...

같은 말을 들어보셨나요?

저에게는 그 말이 정말 팩트로군요.

 

그리고 두 달 간의 타이완 여행 끝에

세계 여행은 하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이 끝부분도 상당히 웃깁니다만,

미리 한 가지 당부해드리자면

세상에 저보다 운 나쁜 놈은 없습니다.

 

산행을 했다 하면 이런 날씨도 패시브

 

그 밖에는, 그 10kg 백팩 세트 안에

무려 여행 유튜브를 해 보기 위한 장비까지

전부 싹 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을만큼)

챙겨서 가져갔었지만,

 

두 달간 얻은 교훈은

이것 하나라는 것...

 

 

여행 유튜브 영상을
이런 식으로 찍으면 안 됨.

 

정말로요.

그래서 300기가가 넘는 현지 영상은

편집해 유튜브를 할 상태가 못 됩니다.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목숨걸고 떠나갔다가

기가 막히게 서바이벌 했지만

대차게 망하고 끝났다, 정도 되겠네요.

어쩌면 그 사이사이 흥미진진한 모험과

설레는 로맨스가 있었을 지도(?)

(그런 거 업ㅂ음)

 


 

서론이 자꾸 길어져서 죄송하군요!

 

아무튼 그리고... 현재!

 

 

어느 날 갑자기,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제 인생의 모든 멋진 결정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졌습니다. 돌아보면 늘 그랬습니다. 어느 날 한 페이지의 글을 써서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던 것, 충동적으로 하루만에 쓴 전자책으로 월 천

getsmrt.tistory.com

 

라고 말하고 제주도로 훌쩍 내려온 지

8일이 되어 가는 지금,

8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날 단 하루,

파란 하늘이 조금이라도 보인 날 없음!

 

제주도에 아예 한동안 눌러 살며

마음껏 여행하고 컨텐츠를 발행하자!

큰 맘 먹고 내려오자마자

일주일 내내 장마철같은 폭풍우 속에서

달방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던 찰나,

 

(저보다 운 나쁜 놈은 없음을 기억해주세요.

이런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늘 그렇듯 눈앞에 뻔히 보이던 진실을

덜컥 하고 깨닫게 된 거죠.

 

 

제주도 컨텐츠가 없으면
타이완을 하면 되잖아?
유튜브에는 못 써먹어도
괜찮은 사진은 꽤 찍었잖아?

 

처음부터 블로그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여행을 끝냈던 2년 전 부터 말이죠.

 

-_-

 

아무튼 서론이 진짜 기네요!

역시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사람은

투 머치 토커가 되나 봅니다.

 

아무튼 인트로는 여기까지 하고,

바로 대만으로 떠나보기로 하죠!

 

타이완 화롄에 착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