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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없이 보조배터리를 고르는 방법. 제품 추천이 아닌,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

2022. 4. 29. 11:17

세상의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이, 보조배터리 하나를 고르는 것 역시 아는 것이 힘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가장 확실한 보조배터리 고르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디지털 노마드 비슷한 것(?)을 몇 년 간 해 오면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제 1 원칙이 있습니다.

 

필수적인 모든 것은
백팩 가방 하나에 들어갈 것

 

이것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죠. 그래서 백팩 하나 달랑 멘 채로 외국에 나가 몇 달 씩 지내거나, 불쑥 제주도로 떠나 호스텔을 돌며 두어 달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똑같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나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 이상의 정신적인 홀가분함과 가벼움을 느껴 왔죠. 노트북 하나 정도가 아니라 곡 작업을 위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음악 감상을 위한 블루투스 스테레오 스피커, 휴대용 모니터나 키보드 마우스를 비롯해 "나의 사무실 전체" 라고 부를 만 한 세팅을 짊어지고 다녔으니, 이 원칙에 대해 조금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을 거예요. 촬영 장비를 비롯해 심지어 연주할 수 있는 어쿠스틱 기타까지 한 대 들어있었거든요. 백팩 안에. 그래서 원 백 노마드인 거니까요.

 

그리고 거기서 절대 빼 놓아선 안 되는 요소가 바로 목적에 맞는 보조 배터리입니다. 최근 보조 배터리를 새 제품으로 변경하면서, 다시금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 딱 맞는 하나의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보조 배터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부터 기타 부가적인 내용까지, 이 하나의 글만 읽으면 끝날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을 담아보겠습니다. 조금 길지만 한 번 읽어둔다면 보조배터리나 스마트 기기의 전원에 대해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Part 1. 보조배터리의 본질 - 출력

보조 배터리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본질은, 용량도, 무게도, 무선 충전도 아닙니다.

 

출력입니다

 

즉, 얼만큼의 시간당 에너지를 장치에 공급해 줄 수 있는가를 뜻하죠. 시간당 공급량이 적다면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떤 장비는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가방 속에 적당히 넣고 다니며 유선으로 휴대폰만 조금 충전하면 된다면 적당한 용량의 저렴한 보조배터리를 구매하면 되겠죠.

 

아무튼 보조배터리의 '본질'인 '출력'을 아는 방법은 다시 두 가지로 갈립니다. '지원 규격' 과 '전력량' 이죠.

 

1-1. 지원 규격

어렵지 않습니다. 널리 쓰이는 전원 규격이 있어요.

 

첫째, QC 라고 불리는 퀄컴 퀵 차지가 있습니다. 그 정도만 이해하셔도 괜찮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에서 흔히 쓰이는 '고속 충전' 규격을 의미하며, 최대 18와트의 전력량을 지원합니다. 당연히 이것이 지원되는 보조배터리가 조금 더 비싸고, 지원된다면 반드시 상품 스펙에 적혀 있습니다.

 

둘째, PD 혹은 USB-PD 라고 불리는 USB 파워 딜리버리가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고속 충전은 이 호환 규격으로 되어 있어요. 다양한 전력량을 포함하는 폭넓은 규격이기에 100와트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보조배터리는 18와트 수준의 출력을 지원합니다. 퀄컴 퀵 차지보다 이 쪽이 대세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고요.

 

보조배터리에 대해 일차적으로 알아야 할 '규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외에도 똑같은 USB PD라고 해도 45W, 65W, 심지어 100W의 출력을 지원하거나, 엄청나게 큰 초 거대용량의 보조배터리는 아예 220v 콘센트를 꽂을 수 있게 돼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게 있다' 정도만 알아두셔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원 가능한 출력이 높아질 수록 보조배터리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하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정도를 충전하고자 한다면 일반적인 QC나 PD 지원 18~20W 보조배터리라면 됩니다. 해당 규격들을 지원하지 않는 보조배터리의 폰/패드 충전 시간은 두 배 가까이 걸리니까요. (가격은 더 싸지만...)

 

1-2. 전력량

흔히 '와트'라고 말하고 W라고 표기하는 단위가 바로 전력량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18W 지원, 20W 지원, 45W 지원 등으로 적혀 있어 쉽게 알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그럴 땐 이런 식으로 표현됩니다. 5V 1A, 5V 2A, 9V 2A, 12V 1.5A... 벌써 좀 어려워지죠?

 

어렵지 않습니다. 전압(V)와 전류(A)를 곱하면, 전력(W)이 나옵니다. 즉 USB 충전 기본 규격인 5V 1A 라면 5W, 5V 2A라면 최대 10W의 출력을 지원한다는 의미죠. 이 경우는 QC나 PD 규격에 맞지 않죠? 그래서 해당 규격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나 충전기는 고속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5V 3A라면 15W, 9V 2A 라면 18W, 12V 1.5A 여도 18W 를 얻을 수 있죠? QC와 PD 규격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와 충전기는 이런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이해하셨다면 어려운 내용은 끝입니다!

 

1-3. 그래서, 목적에 맞는 전력량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들은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일부는 고출력 초고속충전을 지원하는 모델도 있지만, 일단 QC나 PD 규격을 지원하며 18W 이상이 되면 고속 충전 OK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트북은 어떻죠? 전용 어댑터 대신 USB-C 단자를 이용해 충전할 수 있는 노트북들은, 45W, 65W, 때로는 100W 등등 자신의 스펙에 맞는 충전기를 가지고 있어요. 그와 같은 출력의 전원을 입력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전용 어댑터가 아니라 호환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여도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방 하나에 모두 담아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제 가방 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충전 자체는 18W 보조배터리로도 가능하지만 TV에 연결해 스위치의 '독 모드' 기능을 사용하려면 그보다 높은 출력이 필요합니다. 스위치의 정품 충전기가 USB PD 규격으로 45W이기에 아마 그 정도의 입력이 필요할 거예요. 그렇다면 PD 45W 출력을 지원하는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라면, 전용 정품 충전기를 휴대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TV에 연결해 독 모드 플레이가 가능하겠죠?

 

제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맥북은 고출력의 전용 충전기를 갖고 있지만, USB 전원 입력 자체는 USB PD 를 이용해 최소값인 5W로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오래 걸리지만요. 당연히 18W 정도의 보조배터리로도 맥북을 작동시킬 수 있지만, 무거운 작업을 돌리기 시작하면 충전되는 속도보다 배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사용 시간을 연장하는 정도의 효과겠죠.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 스위치 처럼 전원이 많이 필요한 고사양 기기를 보조배터리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더욱 높은 출력을 지원하는 고사양의 보조배터리가 필요해지지만, '비상용' 정도라면 18W 출력만 지원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오죠!

 

 

나는 구매한 보조배터리를
어떤 기기들을 위해
어떤 용도로 이용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알아야 하는 가장 필수 요소는 출력, 즉 '지원 규격'과 '전력량'.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그 외에는 USB-C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는가, 같은 세부 요소가 있습니다만, USB-PD 기술 자체가 USB-C 케이블에서만 작동하는 기술이므로 규격을 지원한다면 반드시 해당하는 단자가 있습니다. 즉 '어떤 모양의 포트가 달려있는가' 는 보조배터리의 본질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면 자동으로 딱 맞게 딸려 오는 요소란 의미예요.

 

Part 2. 보조배터리의 나머지 모든 것

사실 '출력'을 정리하고 나면 보조배터리에 있어 나머지 모든 것은 부가 요소이며, 취향 문제, 성향 문제 정도가 됩니다. 내가 원하는 용도의 기기에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까지는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할 NEEDS의 영역. 나머지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가요소 WANTS의 영역이겠죠.

 

시장에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무작정 살펴보기 전에, 어떤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보죠.

 

2-1. 무선 충전

모두 부가적인 영역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를 만드는 건 역시 무선 충전 지원 여부가 아닐까요? 요즘은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보조 배터리도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무선 충전 보조배터리를 구매해 놓고 '무선 충전으로 가방 안에 넣고 쓸 수 없어 불편하다' 같은 말을 하는 바보가 되어선 안 되겠죠? 이런 후기들도 상당히 많이 보여 어이가 없었지만요. 메인은 어디까지나 유선 고속 충전이며, 무선 기능은 휴대를 위한 기능이 아니라 탁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가 기능입니다. 심지어 보조 배터리 후기 중에는, 다른 배터리들이 제공하지 않는 비상용 충전 케이블을 '서비스로 제공' 해주는 보조 배터리에 대해 '기본 케이블이 짧아서 폰을 사용하며 충전하기 불편하다'고 별점을 깎은 멍청이도 있어요. 당연히 폰에 있던 케이블을 쓰는 것이 기본 상식이며, 거기에 대해 추가 서비스를 하나 더 제공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요. 넘어가죠. 인터넷의 바보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이 무선 충전에도 5W 기본 속도 충전 또는 10W 이상 급의 고속 충전이 있으니,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겠지요.

 

2-2. 태양광 충전

흔히 있는 기능은 아닙니다만, 본질적인 NEEDS에 상당히 가까운 내용이기에 우선 순위가 높습니다. 태양광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도록 패널이 붙어 있는 보조 배터리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본체 크기 정도의 작은 패널이기에 태양광만으로 충전이 되는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만, 캠핑용이나 서바이벌 수준의 진짜 비상 상황을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니즈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저는 '필요한 모든 것은 백팩 안에' 라는 원칙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 붙은 제품을 사용했었고, 대만에 가서 두 달을 여행하는 동안 한 시간 정도 태양광을 이용해 급히 폰을 충전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요. 물론 그런 비상사태가 생긴 이유는 그 전 날 숙소에서 제대로 충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요. -_-;;;

 

하지만 태양광 보조배터리는 소수의 비싼 고급품을 제외하면 국내에 거의 유통되지 않습니다.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직구 제품을 써야 하기에, (그리고 구매했던 직구 제품이 쓰면 쓸 수록 용량이 뻥튀기였기에) 이번에는 태양광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으로 구매했어요. 추후 필요성이 생긴다면 상황을 봐 가면서 별도의 휴대용 태양광 패널을 들일 생각입니다. 잘 골라야겠죠. '백팩 하나' 안에 포함돼야 하니까요.

 

2-3. 용량, 크기, 무게

대부분의 사람이 첫 번 째 필수 고려 요소라 생각하는 용량, 크기, 무게는 사실, 보조배터리의 '기능' 측면에서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취향의 영역이 되고 개인의 가치 판단 영역이 되기도 하고요. 용량이 크면 크기와 무게는 무조건 늘어나며, 슬림하고 작고 예쁜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용량이 작아집니다.

 

'휴대용' 답게 가방 안에서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20000mah (밀리암페어) 정도라고 봅니다. 아주 가벼운 제품은 400g 정도, 가장 무거운 제품들은 600g 정도의 무게를 갖게 되고, 대체로 스마트폰과 비슷한 면적에 2, 3배 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습니다. 이보다 얇고 가벼워지면 용량이 줄어들고요.

 

출퇴근하면서 스마트폰만 충전할 거라면 훨씬 작고 가벼운 5000mah 등의 저용량이 용도에 맞을 겁니다. 저처럼 다양한 기기를 수시로 충전해야 하고 때로는 노트북을 충전해 사용할 일도 있다면 반대로 20000mah의 용량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2-4. 디자인, 단자 갯수, 외부 LCD 창, 브랜드 등등

저도 예쁜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고려하다 보면 꼭 필요한 용도에 성능이 부족하다거나, 필수적인 기능이 아예 불가능한 일들이 자주 생기더군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장 낮은 우선순위로 분류합니다. 물론 '휴대폰만을 충전하기 위한 5000 정도의 저용량 보조배터리' 에 '좀 비싸도 괜찮다' 까지 더한다면, 예쁜 보조배터리는 얼마든지 있어요!

 

단자의 갯수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보조배터리던지, 동시에 여러 개의 단자를 사용할 때는 고출력을 지원하지 않고 최대 10W 정도로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아니, 거의 대부분의 경우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는, 2개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하는 것 보다 한 번에 하나씩 고속충전하는 쪽이 훨씬 충전이 빠릅니다. '4개를 동시에 충전하니 충전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상품 별점을 깎는 사람들도 언제나 있지만요...

 

외부 LCD 창을 낮은 우선순위로 분류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충전'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편의기능임에도 불구하고 LCD 창이 탑재된 제품의 가격대는 필요 이상으로 높으며, 둘째로 보조배터리에 표기되는 LCD 창들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에요... 물론 용량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숫자로 보여주는 것은 편리하지만, 만원이나 더 주고 구매한 그 편의성이 실제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회로 구조가 복잡해져 고장이 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도, 떨어뜨렸을 때 손상될 여지가 훨씬 높은 것도 있고요.

 

브랜드는 부가적인 요소지만, 어느 정도는 중요합니다. 엄청난 가성비로 판매하는 외국산 보조배터리를 직구로 구매했을 경우, 판매 페이지에 표기된 용량이 아닐 경우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보조 배터리 용량이 너무 적어보여 본체를 열어보니 안에 흙이 들어있었다는 충격과 공포의 후기도 있죠.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줘 가며 대기업 제품을 고집할 필요도 없지만, 어느 정도의 판매량과 인지도를 가지고 많은 후기를 확보한 제품 중에서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는, '후기'입니다.

 

2-5. 후기를 제대로 보는 방법

본문에서 몇 번 들었던 예시를 떠올려보세요. '서비스로 제공된 비상용 케이블이 짧아 폰을 쓰며 충전하기 불편' 이라며 별점을 깎은 후기는, 상품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후기를 쓴 사람이 바보인 건가요? 세상의 모든 휴대폰 구매자는 자기 폰에 맞는 긴 케이블을 갖고 있으며, 그 케이블은 다른 제품에선 안 주는 걸 서비스로 준 겁니다. '가방 안에 넣은 채로 무선 충전이 안 되므로 불편' 이라는 후기는 어떻죠? '직접 연결하지 않아 편리하다' 라는 것이 무선 충전의 본질입니다. 가방 안에 넣어도 괜찮기 위해서 서로 직접 연결을 하는 순간 무선 충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그 해결책은 애초에 유선 충전 단계에서 100% 제공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충전기를 폰에 붙이기 위한 뽁뽁이 빨판' 같은 것이 팔리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정말이지 너무 쉽게 본질에서 멀어집니다.

 

선 달린 무선 충전기를 뽁뽁이 스티커를 이용해 폰에 붙일 거면, 애초에 그냥 폰 단자에 유선을 꽂아 충전하면 훨씬 간단하고 빠르고 심플하고 편하고 가볍고 쉽잖아요. 충전 속도 자체가 두 배 이상 빨라요. 이해가 되시나요? 어처구니가 없죠? 무선 충전기를 폰에 붙이기 위한 제품들,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 외에도 세상의 모든 제품에는 불만족 후기가 있습니다. 그 후기들을 읽어보며 이것이 제품의 고질적인, 본질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이 구매자 개인이 불량품을 받은 것인지, 배송이 늦었다는 불만 후기의 이유가 배송업체가 늦은 것인지, 판매처에서 늦게 보낸 것인지, 이런 요소들을 구분해보지 않는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은 다 불만족 쓰레기가 됩니다. 바보가 쓴 후기는 거를 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쿠팡 로켓배송에서는 불량품에 대해 무조건 무료 교환, 반품을 해 줍니다. 그리고 반품 신청을 하면 해당 제품에 대해 후기를 쓸 수가 없어집니다. 놀랍게도 보조배터리와 같은 작은 IT 기기들에 달린 거의 모든 별점 하나짜리 리뷰가, 불량품을 받았고, (무료로 제공되는) 교환을 하지 않고 쓴 후기입니다. 그 후기를 쓸 시간에 다시 보내주세요 하면 다시 새 것을 보내줍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판매자가 말이죠.

 

사담이 좀 길어진 느낌인데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히트한 상품이라면 그 후기들 사이에는 '고수가 쓴 후기'가 반드시 있습니다. 보조배터리라면, 전력량 측정기를 이용해 스펙에 나온 전력량이 실제로 출력되는지, 아니면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시간을 측정해 가며 테스트를 거쳐 표기된 용량이 맞는지 여부를 검증한 후기 등이 반드시 있습니다. 이런 후기들을 찾아내고 잠시 읽어볼 수 있다면 '별점 평균'이라는 허수에 속아 잘못된 구매를 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거예요. 너무 많은 사람이 후기라는 글을 읽지 않고 '별점 평균'을 보며 대충 의사결정을 하고, 그 때문에 잘못된 제품을 구매해 손해를 보거나, 정말 좋은 제품을 제작한 회사를 망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갔네요! 이런 걸 읽으실 분이 계실 지 모르지만, 써 둔 것이 아까우니 발행을 누릅니다.

 

정리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QC / PD 고속충전 규격을 지원하는가? (내 기기들도 그 규격을 지원하는가?)

- 충분한 모바일 충전 속도를 위해 18W 이상의 출력을 지원하는가?

- 닌텐도 스위치를 사용한다면 (기왕이면) 45W 이상의 출력을 지원하는가?

- 노트북을 충전할 일이 있다면 (기왕이면) 65W 이상의 출력을 지원하는가?

 

- 무선 충전 기능이 내게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지원하는가?

- 태양광 충전 기능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지원하는가? 

 

- 크기, 무게와 용량이라는 반비례 관계 속에서, 내 사용 용도에 적합한 용량, 크기, 무게인가?

 

- 외부 액정이 있는가? 예쁜가? 단자가 몇 개인가? 브랜드가 믿을 만 한가?

 

- '가치있는 후기'로 입증되었는가? '헛소리 후기'로 평가절하되지 않았는가?

 

휴... 길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지나치게 길어졌고, 그러다 보니 '최대한 알기 쉽게' 쓰려던 목적에서 벗어나 좀 어려운 글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군요. 어쩔 수 없죠. 보조배터리를 현명하게 구매하는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짧고 간결해지기는 어렵거든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제 보조배터리를 고르실 때 어디를 먼저 살피고 무엇을 중점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더 이상 필요한 지식은 없을 겁니다.

 

좋은 제품을 현명하게 구매하는 것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나에게 딱 맞는 최고의 보조배터리 구매에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원 백 노마드, 겟이었습니다. :)